명절 연락을 안 보내면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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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이 일기

명절 연락을 안 보내면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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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례 그래왔듯 한 분 한 분 정성스레 문자를 담고 있었다.

예보와 달리 태풍의 눈에 들어와 있는 것인지 언제 그랬냐는 듯

쨍한 날씨에 찌는듯한 더위마저 느끼던터라 조금 짜증이난 참이다.

 

'이걸 다 언제 보내지...'

'복붙하면 성의없어 보이고'

'나도 그런 문자 받기 싫은데...후우'

 

하소연하고 있을 즈음

문득 이사님께서 해주신 말씀이 떠올랐다.

 

 

"사람이 잘 해주는건 다 이유가 있어서야"

"세상엔 공짜가 없어 무언가를 너한테 원하는 거야"

"받은게 있으니 돌려주려는 거고, 그걸 표현한 것 뿐"

"그게 끝나면 관계도 끝나는거야"

"더이상 이어지질 않지"

 

 

한귀로 듣고 흘릴 수도 있는 말임에도

유독 여운이 남는 건 왜일까 싶었는데,

얼마전 묘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재직하고 있을 땐 꼬박오던 연락이

퇴사후 거짓말처럼 뚝-하고 끊겨버렸다.

 

평소 궁금한게 많으셨던지 틈틈히 연락주심은 물론

먼저 연락하기도 하고 꾸준히 안부를 묻고

식사 자리도 적지 않게 하고 그랬는데

퇴사와 동시에 연락이 두절되더니

말 그대로 없던 사람마냥 사라져버렸다.

 

바쁘거나 사정이 있겠거니 하다가도

먹물이 흰 종이에 퍼져가듯

그릇된 생각이 물들어갔다.

 

조금씩 흰 면들을 장악해가더니

더 이상 스며들 곳을 찾지 못하자

이내 새어나와 흐르기 시작했고

 

흰 종이라 부르기 어색할 만큼

모든 면들이 검게 변해

검은 종이라 불러도 될 것 같았다.

 

마침 명절이겠다 싶어 그간 연락해온 분들에게

아무 소식도 전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호기심이 궁금중으로 변하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고

실천하는 방법도 간단해서

부담없이 연휴가 끝나길 기다릴 수 있었다.

 

 

그리고

 

 

예상과는 달리

 

 

생각보다 많은 분들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런데

 

 

늘 먼저 연락드린 분들중에서 온 연락은

 

 

없었다.

 

 

어느정도 각오는 했지만 상상한 것과 달리

차디찬 현실을 마주하는 건 전혀 다른 것이기에

씁쓸한 나머지 이럴때 담배를 태우는구나 싶다.

 

무려 10년이란 시간동안 연락해온 사람들이었고

비즈니스가 아닌 사람으로서 대했던 관계였기에

뭐라 말하기 어려우리만큼 복잡한 심정이었다.

 

 

그런데

 

 

한 편으로는 오히려 잘됐달까

 

 

그들에게 내가 어떤 가치인지를 알게 되어더 이상 연락을 취할 필요가 없어졌고허비할 시간이 줄어들어 다행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리고

 

 

엄밀히 보면 나도 그들과 같은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볼 순 없다.알게 모르게 자주 연락하고 싶은 사람과 조금 거리를 두었으면 하는 사람들이 나뉠 것이고

내 상황에 맞게 살아가는데 당장 도움되는 사람들과의 연락을 더 중요하다 여기는 건

부정할 수 없을테니 말이다.

 

...하지만..하지만 자주 연락하진 못하더라도 이런 특별한 날들에는 가끔

문자 한통, 전화 한 번을 바라는 게 그리 어려운 걸까..

어릴땐 휴대전화 같은게 없어 편지로 소식을 주고 받았는데

이제 그런 번거로움 마저 없어졌을 정도로 발전했는데

분명 심리적 거리감을 훨씬 줄어들었을 터인데

어째서.. 이리도 멀게만 느껴지는지

밝은 대낮마저 어둡게 느껴지는 씁쓸한 밤이다.

 

 

 

해당 사진은 방금이(닉네임)가 직접 촬영한 사진입니다.

✅ 글쓴이 ㅣ @banggeum

✅ 저작권 ㅣ 어떠한 형태로든 사전 허락없이 무단 배포, 수정, 복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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