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렸을 때 탄 지하철은
창문을 열어도 아무도 뭐라하지 않는 그런 분위기였다.
한 여름날, 철로에 덜컹이는 소리를 온몸으로 듣고 있으면
꿈을 꾸는 듯한 몽롱한 여유로움이 꾸벅..꾸벅... 잠들게 했다.
천안에서 평택을 가로질러 가는 길엔
넓게 펼쳐진 논과 밭이 순간적이나마 보이는데
어쩌다 황금빛으로 물드는 오후 5시 ~ 6시 사이
비현실적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아무것도 없는
그저 초록거리기만 한 풀들이 샛노란 황금빛을 머금어
그 순간 만큼은 남 부러울 것 없는
인생의 주인공으로 만들어주곤 했다.
어른이 된 지금은 그저
자동화되어 편리해졌을 뿐인 디스플레이와
플라스틱 의자 그리고 굉음을 내며 부닥치는 철길소리 뿐이다.
너무나도 추운 분위기에
입고 있던 옷을 여매면서 퇴근하던 중
시끄러운 소리를 뚫고 들려오는 따뜻함이
왠지 모를 살랑이는 기분을 만들어주었다.
" 탑승하신 승객 여러분, 오늘 하루 고생 많으셨습니다. "
" 내리실때 고민과 힘듬을 내려놓고 하차하시길 바랍니다. "
" 제가 종착역까지 가져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
" 오늘 하루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
처음엔 영상 찍을 생각에 폰을 주섬주섬 꺼내느라
눈에 물이 차 있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
오늘도 고생했구나, 힘들었구나, 잘 이겨냈구나..
직장을 다니며 감정을 죽이고 산지
어느덧 4년이 되어가는 시점이어선지
아니면 그저 위로를 받고 싶었던 건지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언제부턴가 고생했다는 말을 듣기보다
" 너만 힘든게 아니잖아 " 라는 말을
더 많이, 더 자주 듣게 되고 " 잘했어 " 보다
" 시키면 어떻게든 해와야할거 아니야 "
" 니 월급받은 만큼은 해야할거 아니야!!! " 라는
막말이 더 익숙하고 자연스러워졌는지 모르겠다.
이름모를 기관사님 감사합니다.
✅ 글쓴이 @banggeum x @Podo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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