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자라서, 속으로 우는 법을 배운다.
본문 바로가기

방금이 일기

아이는 자라서, 속으로 우는 법을 배운다.

728x90
728x90

 

여렸을 때 탄 지하철은

창문을 열어도 아무도 뭐라하지 않는 그런 분위기였다.

한 여름날, 철로에 덜컹이는 소리를 온몸으로 듣고 있으면

꿈을 꾸는 듯한 몽롱한 여유로움이 꾸벅..꾸벅... 잠들게 했다.

 

천안에서 평택을 가로질러 가는 길

넓게 펼쳐진 논과 밭이 순간적이나마 보이는데

어쩌다 황금빛으로 물드는 오후 5시 ~ 6시 사이

비현실적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아무것도 없는

그저 초록거리기만 한 풀들이 샛노란 황금빛을 머금어

그 순간 만큼은 남 부러울 것 없는

인생의 주인공으로 만들어주곤 했다.

 

어른이 된 지금은 그저

자동화되어 편리해졌을 뿐인 디스플레이와

플라스틱 의자 그리고 굉음을 내며 부닥치는 철길소리 뿐이다.

 

너무나도 추운 분위기에

입고 있던 옷을 여매면서 퇴근하던 중

시끄러운 소리를 뚫고 들려오는 따뜻함이

왠지 모를 살랑이는 기분을 만들어주었다.

 

 

 

 

 

" 탑승하신 승객 여러분, 오늘 하루 고생 많으셨습니다. "

" 내리실때 고민과 힘듬을 내려놓고 하차하시길 바랍니다. "

" 제가 종착역까지 가져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

" 오늘 하루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

 

처음엔 영상 찍을 생각에 폰을 주섬주섬 꺼내느라

눈에 물이 차 있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

오늘도 고생했구나, 힘들었구나, 잘 이겨냈구나..

 

직장을 다니며 감정을 죽이고 산지

어느덧 4년이 되어가는 시점이어선지

아니면 그저 위로를 받고 싶었던 건지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언제부턴가 고생했다는 말을 듣기보다

" 너만 힘든게 아니잖아 " 라는 말을

더 많이, 더 자주 듣게 되고 " 잘했어 " 보다

" 시키면 어떻게든 해와야할거 아니야 "

" 니 월급받은 만큼은 해야할거 아니야!!! " 라는

막말이 더 익숙하고 자연스러워졌는지 모르겠다.

 

 

 

 

이름모를 기관사님 감사합니다.

 

 

 

 

✅ 글쓴이 @banggeum x @Podoar

✅ 저작권 어떠한 형태로든 사전 허락없이 무단 배포, 수정, 복사를 금합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