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 단골이 말하는 "토라레스토랑" 의 맛스러움 [학동역 맛집]
본문 바로가기

방금이 맛집

찐! 단골이 말하는 "토라레스토랑" 의 맛스러움 [학동역 맛집]

728x90
728x90

회사를 다니다보면 문득 그런 생각을 한다. 사람다운 삶을 살고 싶다..라는 지극히 평범한 생각 말이다. 제대로 된 한끼조차 못먹으면서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매일 새벽에, 철야에, 한달 택시비가 백만원 이상 나올정도로 시달리고 출근시간은 뭐 이쯤되면 봐줄만도 한데 꼬장부리기만 하고 이게 뭐하는 짓인지 싶은 그런 때가 있다. 야근수당과 철야비, 주말수당 따윈 있을리 없는 사기업에서 회사 카드가 아닌 개인카드로 결제 후 청구받아야 하는 지라 통장에 적금을 제하면 딱 2만원 남는 현실이 큰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이를 충당하기 위해 회사 근저리에 위치한 세븐일레븐, CU, GS25를 번갈아가며 아르바이트도 했는데 몇달 정도 됐을까 회사 사람들 눈에 익었는지 금세 OOO팀에 OOO님 퇴근하고 아르바이트 하는 것 같던데 그래도 돼요? 라는 구설수가 오르자 곧 바로 그만뒀다.

 

직장인들이 그렇듯 반복되는 일상에 피폐해져가던 나는 당시 운영하던 유튜브 채널을 유지하는 것조차 힘들었다. 더 이상 밝고 힘찬 모습의 내가, 그들이 아는 크리에이터가 없고 여느 사람들과 같은 한 직장인만이 남았다. 이 사정을 알리없는 구독자들은 왜 다음 영상을 올리지 않냐며 목소리를 냈고 그렇다고 개인사를 말하자니 회사에 빌미를 주는 것 밖에 안되기에 차라리 가면이라도 쓰고 했으면 달라졌을까 싶다가도 꺾여버린 생화가 점차 생기를 잃어가듯 주워담지 못할 소식들(영상 내려달라는 요청)마저 겹치니 더욱이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갈피를 잡지 못해 속으로 삼키곤 했다.

 

고정지출이라도 아껴보겠다고 회사에서 주는 얼리버드 김밥 한 줄을 아침겸, 점심겸 해서 조금씩 나눠 먹고, 그 마저도 반줄로 줄어들자 반의 반으로 쪼개 먹었다. 조금만 버티면 야근시간, 야근 식대가 나오는 시간으로 이때까지 버티면 한솥에서 가장 싼 도시락을 사두거나 편의점 1+1, 2+1 행사상품을 털어 다음날 아침겸 점심을 조금씩 쟁여두어 '다이어트' 라는 명분으로 얇아져가는 지갑을 지켜내곤 했다.

 

 

 

 

1년 정도를 그렇게 버텼을까, 감정을 죽이고 생활하는건 어찌저찌 버틴다지만 아침, 점심을 매번 김밥으로 때우다 보면 결국 질릴 수 밖에 없다. 그날은 드라마에 삽입할 광고를 작업하느라 5일 연속으로 풀야근을 하던 밤이었는데, 모처럼 사람다운 식사를 하고 싶었던지 편의점에 서서 멍하니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다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나오고 말았다. 백반, 해장국, 찌개, 툭하면 햄버거, 중화요리, 돈까스까지 늘 먹던거 또 먹고 또 먹는게 누가 봤을땐 보기겹다~ 싶을지라도 1년 내내 먹다보면 영화도 아니고 말이야 남이 뭐라하든 들리지 않게 된다. 모처럼 주변이라도 돌아보자 싶어 주우욱-크게 원을 돌며 걷다가 오늘은 구석으로 가면 어떨까 싶어 들어섰는데 정답이었다. 얼마전 까지만 해도 공사중이던 곳에서 은은한 노란불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토라 레스토랑' 이라고 적혀 있는걸 보아 음식점이 분명해 주저없이 들어간게 첫 방문이다.

 

 

왼쪽이 예전 메뉴, 오른쪽이 최근 메뉴 (금액 차이가 있다.)

 

 

내부로 들어서면 정면으로 키오스크가 보이는데, 복잡하진 않지만 넓은 구조는 아니라서 직원을 늘리기 보다 키오스크로 손님의 심리적 부담을 덜고 불필요한 인건비를 줄여 고정지출을 줄이고자 한 영리함이 엿보여 잠깐 반짝이듯 스러질 곳은 아니겠다 싶었다.  오래된 레트로한 시계옆에 손 소독제가 있으니 소독하고 들어가면 되겠다.

 

 

2020년 11월~2022년  7월 토라레스토랑의 내부 변화

 

 

 

첫 번째 사진이 2020년이고 11월 02일이고 두 번째 사진이 가장 최근인 2022년 07월 22일이다. 2019년도 말 사진도 있던 것 같은데 기억하기로 그땐 이것보다 인테리어가 좀 비어져 있달까 뭔가 듬성듬성 있는 느낌이었다. 방문하는 횟수가 늘어갈 수록 점차 구색을 갖춰가는 모습에 내 가게가 아님에도 왠지모를 흐믓한 기분을 느꼈다.

 

 

 

 

 

한 쪽 벽면에 초등학생때 빌려보던 비디오테잎들이 진열되어 있는데 사장님께서 가게 콘셉트에 맞게 실제 비디오를 넣어서 틀어주신다. 이게 또 이 가게만의 맛인데, 비디오를 새로 넣는 사장님의 모습과 잘칵...드륵...쉬이이이잉 거리는 오래된 소리에 왠지모를 설레임이 있다. 라이센스 문제로 비디오만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bgm만 따로 틀어놓으시는 것 같은데, 가게 내부가 나무를 사용한 부분이 많아 분위기상 일본풍 사운드나 일본 애니메이션 브금이 흐를 것 같지만 익숙한 한국 최신 가요가 들려와 묘한 괴리감에 웃기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다.

 

 

 

 

일부러 인테리어를 이렇게 하신건지 그리 넓지 않은 공간임에도 층이 나뉘어져 있고 주방, 메인홀, 창가 이렇게 세곳이 칸칸이 구분되어 동선파익이 훨씬 편하고 무엇보다 소비자 입장에서 단조롭지 않아 조금 특별한 느낌마저 드는 것 같다.  방금이의 경우 창가쪽엔 잘 가지 않는데, 손님이 꽉차 어쩔 수 없을땐 좌측 끝으머리 창문에 최대한 붙어 앉곤 한다. 불필요한 아이컨택 없이 고독하게 식사 할 수 있으니 어디에 앉을지 모르겠다 싶을때 추천한다. 

 

 

 

 

아예 혼자 식사 할 수 있는 곳도 있는데 사실 한 번 앉아 봤다가 뒤에서 반찬을 리필해가는 사람들 때문에 신경 쓰여 그냥 나가게 됐던 적도 있다. 알게 모르게 상당히 불편한 자리랄까.. 가게 입장에선 이 짜투리 공간을 어떻게든 활용하고 싶었을테고 손님을 한 분이라도 받으면 좋을테니 1인 식사자리로 놓은 것 같긴 한데, 손님 입장에선 둘, 삼, 넷 이렇게 오는데 그 가운데 혼자 웅성대는 소리를 뚫고 식사를 하자니 안 그래도 외로운데 더 고독해지는 것 같달까 오히려 이 자리에 앉느니 배달해먹거나 사람들하고 아이컨택하는 곳에 있는게 낫겠다 싶은 그런 계륵같은 곳이 아닐까 싶다.

 

 

 

 

 

처음에는 이런 디테일까지 볼 생각을 못했는데, 방문하는 날이 늘어가면서 점차 앉아 있는 위치에서 보이는 인테리어와 그 자리에서 보는 일종의 시선이 가져다주는 일종의 편안함이랄까 잠시간 숨통이 틔이는 기분이 있다. 물론 자리는 딱딱하고 평평해 오래 앉아있기에 버겁지만 가게에 한시간 이상 머물러 있을리가 없으니 오히려 그런 불편함이 토라만의 매력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기본 찬거리는 산고추와 흰 단무지로 심플하다. 거대한 은색 통 비주얼이 국 같은게 들어있을 것 같으서도 그냥 물이다. 이렇게 한 이유는 시간이 조금만 흘러도 쉽게 짠맛이 강해지고 꿉꿉한 내음까지 더해지는 장국 특성 때문이라 편하게 그때그때 리필을 요청하면 되니 더 먹고 싶다면 당당하게 외치거나 손을 들면 된다. 하루는 직장 동료들을 데리고 4인 테이블에 앉아 기다렸는데 사내에서 토라레스토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다양한 의견을 듣게 되었고 나와 별반 다르지 않는 의견에 조금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토라레스토랑은 야끼소바가 아닌 부타동이다. 

 

 

 

 

소바의 종류는 '소스 야끼소바''시소 야끼소바' 두 종류가 있고 기본 8천원에 조금 양이 많은건 9천5백원 정도다. 기본으로 주문하면 양이 애매해서 사이드로 함께하기 좋을 메뉴로 볼륨이 약간 부족한 정도로 보면 된다. (방금이가 많이 먹는 것도 한몫) 앞서 말했듯토라레스토랑이 "야끼소바가 아닌 부타동" 이란 말은 토라의 야끼소바 맛이 그때그때 달라지는 싸-데빵(프랑스어로 그때그때 맛이 바뀌는 의미)과 같다는 의미다. 어느날은 짠맛이 강하고 어쩔땐 느끼함이 더 부각되고 때론 덜 볶아졌는지 뭔가 궁합이 안맞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때가 있는데 기억하기로 20번의 시도끝에 결국 부타동, 규동, 하이라이스(?)가 들어간 규동으로 정착했다.

 

 

 

 

오~ 정착했다고? 그럼 뭔가 특별한가?  라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 지극히 평범하다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는 나쁘다는게 아니라 아주 기본에 충실한 일본풍의 느낌을 잘 살렸다는 말로 어정쩡하게 3분 카레에 건더기 하나 없이 즉섭밥 모양 그대로 뎁혀오는 학동역 미야기와는 비교할 수 없다는 거다. 물론 미야기는 미야기만의 매력이 있다. 하지만 일본 음식이 대개 그렇듯 간이 상당해서 노른자 하나를 추가해 이를 누그러뜨려야 할 필요가 있고 삼겹살 자체가 느끼해  산고추나 단무지를 함께 먹어야 끝까지 비울 수 있다. 최근 재료수급에 문제가 생겼는지 아니면 내가 받은 것만 그런지 점점 삽겹살 지방 부위가 커져가는데 사장님이 이를 캐치해서 일정 비율을 유지한 재료로 수급하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이날은 야끼소바에 달걀 추가를 안했는데, 단골이라고 스리슬쩍 하나 더 넣어주셨다. 어떤날은 회사 사람들 데려왔다고 조용히 야채 고로케를 스윽-주셨는데 말로는 부담스럽다 했지만 사실 너무 감사하고 감사한 마음이다.

 

나에게 토라레스토랑이 어떤 곳이냐 묻는다면 일종의 구석자리 같은 곳 이라 할 수 있다. 종일 신경을 세울 수 밖에 없는 중앙 자리에서 그나마 편안한 구석자리로 옮긴 기분이랄까 그래 그렇게 표현할 수 있겠다. 야근만 하면 수면실에 처박혀 밥먹듯 끼니를 거르는 내가 어떻게든 기어나와 사람답게 제대로 식사하고 호랑이 기운을 얻어 다시 현생을 매진할 수 있게 해준 이곳은 이미 레스토랑 그 이상의 무언가다.

 

 

 

 

이날은 저녁으로 부타동 먹는게 부담스러워 규동으로 노선변경을 했다. 규동은 받자마자 비비지 않으면 촉촉함이 사라지기 때문에 바로 슥슥 비벼주는 것이 좋은데 여기에도 계란 하나를 추가하면 살짝 부족한 촉촉함과 적당한 간을 즐길 수 있다. 그러고보니 토라는 대개 소스양이 적은편인 것 같다.  소스 더 달라고 하면 주시나? 한 번도 달라한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이 메뉴도 소스가 적을까 싶어 계란을 추가했는데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도 아주 낭낭하니 끝까지 잘 비울 수 있었다. 비어있는 그릇을 보고 있으면 문득 지나가듯 한귀로 듣고 흘릴 수 있는 피드백마저 어떻게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증명해보이시는 사장님의 등을 떠올리게 된다. 나도 사장님 같은 어른이 되어야지 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동시에 그간 불평불만을 토했던 자신이 부끄러워 숨고 싶어지기도 한다.

 

 

 

 

그건 그렇고 사장님이 계실때와 안 계실때 퀄리티가 들쭉날쭉하니 되도록 머리가 길고(?) 어쩔땐 뒤로 묶은 남성분이 계실때 오는걸 권한다. 그분이 사장님이다. 한때 사장님이 안 계실때 여러번 왔었는데 아르바이트 하시는 분인지 모르겠지만 여성분, 남성분이 커플처럼 가까이 계셨던걸로 기억한다. 손님이 들어섰는데도 인사를 하는둥 마는둥 하고 준비하는 와중에도 수다를 얼마나 떠는지 제대로 했는지 조차 의심스러울 만큼 빠르게 내어왔고 역시나 음식이 차디 찼다. 무엇보다 내 시선은 휴대폰 만지락대다 영수증을 건너 다시 휴대폰에서 어느 손잡이를 잡고 그대로 먹을 음식 그릇 안쪽까지 만지면서 내어온 그 손에서 떨어질줄 몰랐고 이걸 말할지 말지 고민하다 결국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리게 되었다.

 

사장님은 빠르게 DM을 주셨고 대신 사과의 말씀을 주셨다.

 

곧 바로 후회했던게 그냥 조용히 먹고 넘어갔으면 아무일도 없었을 텐데, 다른 일말의 책임감도 없는 곳이 널리고 널린 이 바닥에서 이런 사소한 것까지 뭐라해야 하는지 너무 빡빡한건 아닌지 나는 그렇게 잘 사는지 말할 자격은 있는지 별의 별 생각을 하면서 한 동안 직접 방문하질 못했다. 

 

1개월 정도 되었을까 얼굴에 철판깐다 생각하고 가게에 들어섰는데 걱정이 무색하게도 그곳엔 힘찬 목소리로 내가 아는 사장님이 반갑게 맞이해주셨다. 티를 안냈지만 속으론 너무 다행이다 싶어 안도의 한숨을 몇번이나 쉬었는지 모르겠다. 사장님의 마인드와 책임감 그리고 어른스러움은 당시 동네 양아치 같은 회사의 누구와 너무나도 달라 얼떨떨 그 자체였다.

 

 

상기 이미지 속 요리는 판매용이 아닙니다.

 

 

이날은 내가 퇴사하고 서류를 챙기러 마지막으로 방문한 날이다. 퇴사를 축하하는 의미로 찐-단골 및 스탭 분들만 해주신다는 특제 볶음밥을 해주셨다. 소세지가 무려 5개! 별이 다섯...(웃음) 사장님이 본래 양보다 많이 주시려고 하다보니 덜 볶아져 엄청 쓴맛이 강했는데 결국 양이 많아서 (거의 2.5인분) 포장해갔다. 다음날 아침으로 후라이팬에 볶기만 했는데 전혀다른 맛과 향이 올라와 이 근처로 촬영만 잡히면 필히 사람들 데리고 재방문하리라 다짐하게 되는 맛이다.

 

 

 

 

주소 📌
서울특별시 강남구 논현동 219-21

 

연락처 📌
0507-1330-0432

운영 📌

월 오전 11:30~오후 11:30
화 오전 11:30~오후 11:30
수 오전 11:30~오후 11:30

목 오전 11:30~오후 11:30
금 오전 11:30~오후 11:30
토 오전 11:30~오후 11:30
일 휴무일

 

요약 📌
* 메인주문하고 소바는 서브 느낌으로 좋습니다.

* 소바맛이 개선되었다는 소식이 있어 확인이 필요합니다.

* 추천은 부타동 or 규동(하이라이스가 든 걸로)입니다.

* 학동역과 언주역 사이 위치해 있어 살짝 애매한 거리

* 최근 가격이 인상되었는데 충분히 이해됩니다.

* 배달주문보단 직접 와서 드시는게 좋습니다.

* 낮보다 밤에가야 사진이 잘 나옵니다.

 

결론 📌
* 재방문의사 있습니다.


✅ 지극히 갠적이고 주관적인 입맛에 따른 내용입니다.
✅ 해당 게시물은 뒷광고가 아님을 밝히며 앞광고 환영합니다.
✅ 문의는 dkhdltls77@naver.com 이나 댓글 남겨주시면 감사드립니다.

728x90